"인사업무 3분의 2 자동화"...AI가 바꾸는 HR의 생존법 < AI < 산업 < 기사본문 - IMPACT ON(임팩트온)
직원 채용부터 급여·복리후생 관리, 성과평가까지 담당해온 기업 인사(HR) 부서가 AI 때문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지원서 분류와 직원 문의 대응 같은 반복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면서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의 연례 콘퍼런스를 중심으로 ‘AI가 HR에 존재론적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2만명의 HR 전문가가 모인 행사에서 조니 테일러 SHRM 회장은 "미국 160만명, 전 세계 670만명의 HR 종사자 생계가 걸려 있다"며 "HR 산업 자체가 ‘멸종’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세션에서 건축자재기업 MS 인터내셔널의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인 크리스 코닌(Chris Cornin) 역시 비슷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과거 인사 부서에서 담당했던 모든 업무, 그 업무의 100%가 앞으로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우려가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다.
맥킨지는 "현재 HR 업무 가운데 3분의 2가 상당 부분 자동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R에서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도 세계적으로 연간 1500억~2000억달러(약 213조~2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맥킨지는 동시에 HR 조직이 다른 부서에 AI 전환을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의 업무부터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원 채용부터 급여·복리후생 관리, 성과평가까지 담당해온 기업 인사(HR) 부서가 AI 때문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Unsplash
직원 채용부터 급여·복리후생 관리, 성과평가까지 담당해온 기업 인사(HR) 부서가 AI 때문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Unsplash
HR 일자리 이미 줄었다…2022년 고점 대비 18% 감소
고용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집계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ED)에 따르면, 미국 ‘고용 서비스’ 분야 종사자는 2022년 3월 392만8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6월 320만8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약 18% 줄어든 것이다. 다만 이 통계에는 HR 담당자뿐 아니라 인력 알선·파견 등 관련 직종이 폭넓게 포함돼 있어 감소분 전체를 AI의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직접적이다.
핀테크 기업 볼트(Bolt)의 라이언 브레슬로(Ryan Breslow) CEO는 포춘지가 주최한 행사에서 "우리 회사에는 인사팀이 있었는데, 그 팀은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며 "그들을 해고하자 그 문제들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아예 회사 HR조직 전체를 없앤 것이다. 메타와 우버 등 대형 기술기업에서도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 과정에서 인사조직이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HR 자체를 없애는 것이 답이라는 데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HRM의 테일러 회장은 "인사 부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건전한 기업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전환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직장 내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넬대 인적자원학과 부교수인 JR 켈러(JR Keller)는 "성과 평가, 보상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민감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직원들이 대거 이탈할 위험이 있다"며 "직원들은 전문성을 갖춘 믿을 만한 담당자에게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봇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거라고는 결코 완전히 확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맥킨지 역시 AI 시대의 HR 역할을 단순 지원조직이 아니라 기업 전략과 기술, 인적자본을 연결하고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인력 시스템’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
살아남는 HR은 개발자를 데려온다
블룸버그가 소개한 사례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HR 조직의 ‘기술조직화’다.
건축자재 기업 MS 인터내셔널은 사내 AI 도구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직을 HR 아래에 뒀다. 일반적으로 기업용 AI 시스템을 IT 부서가 만드는 것과 정반대다. HR 스스로 AI 기술을 구축해야 조직 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IT 컨설팅 기업 코그니전트의 최고인사책임자 캐시 디아즈(Kathy Diaz)도 HR 조직에 엔지니어를 대거 투입해 직원 생산성을 높이는 AI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코그니전트는 디아즈가 회사의 인재 확보·육성·보상 등 전반적인 인사전략을 맡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드롭박스의 최고인사책임자 멜라니 로젠바서(Melanie Rosenwasser)도 올봄 HR 업무 중 어떤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를 부서 전체가 검토하도록 했다. 로렌바서 CPO는 "우리는 점점 더 업무의 설계자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인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해야 할 일과 AI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데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의 경우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HR부서의 행정 처리를 이미 진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85개 이상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과제를 운영 중으로, 급여 계산부터 승인 처리, 인사 발령, 계약 관리까지 다양한 반복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